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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속과 함께 지역경제 살리는 축제 만들자
2014년 10월 29일 [의성군민신문]
'가을빛 고운 대축제'가 막을 내렸다.
무거운 고개를 숙인 채 따가운 가을햇살에 여물어 가는 벼이삭이 황금물결로 넘실대는 10월.
때맞춰 안계면의 드넓은 곡창지대에서 열린 축제는 참으로 흥겨웠다.
강변에 각 면(面) 단위별로 빼곡히 들어선 천막 부스마다 마을주민들이 옹기종기 둘러 앉아 술과 음료를 앞에 놓고 정담을 나눴다.
곱게 잘 자란 잔뒤 위 곳곳에서는 요즘 시골에서 좀체 보기 힘든 신생아를 태운 유모차도 눈에 띄었다.
새댁들도 젖먹이 아이들을 들처 업거나 유모차에 태워 함께 축제를 즐기기 위해 나선 모양세다.
남녀노소 함께 어울려 한해 풍년농사를 자축하는 흥겨운 축제는 자못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마저 넉넉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역사에서 보면 한반도 남부지역에서 초기 부족국가 형태를 띤 삼한(三韓) 시대에도 이 같은 축제가 있었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보면 농사를 시작하는 무렵인 5월에는 풍년을 기원하는 '기풍제(수릿날)'를 열었다.
 
농사가 끝나는 시기인 10월에는 부족민들이 모여 하늘과 조상에 감사하며 제사 지내는 '계절제'가 있었다.
제사를 지낸 뒤 많은 사람들이 떼를 지어 노래 부르고 춤추며 술을 마시기를 밤낮을 쉬지 않았다고 기록돼 있다.
 
이러한 제천의식(祭天儀式)이 오늘날 우리가 일컫는 축제의 모태이다.
3세기 무렵 강원도 지역의 부족국가였던 동예(東濊)도 음력10월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높은 산에 올라가서 즐겁게 놀았다.
밤낮으로 마시고 춤추고 노래 부르며 다함께 즐겼으니 이 축제가 곧 '무천(舞天)'이다.
고구려 역시 10월에 '동맹(東盟)' 또는 '동명(東明)'이라 불리는 축제를 열어 백성들이 밤낮으로 함께 즐겼다.
우리민족은 진정으로 축제를 즐길 줄 알았고, 그 시기는 10월이 대세였다.
당일치기 보다는 며칠 동안 밤새워 마시고 함께 어울리며 끈끈이 뭉쳐 '우리는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이것이 곧 농경문화의 근간이요 축제의 묘미인 듯하다.
사전적 의미의 축제(祝祭)란 개인 또는 공동체에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결속력을 주는 사건이나 시기를 기념해 의식을 치르는 행위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풍요로운 가을 추수가 시작되는 10월에 열리는 의성군의 '가을빛 고운 대축제'는 의성군민을 하나로 끈끈히 묶어 주는 구심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축제는 주민들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축제 본연의 역할은 물론 지역경제도 살리는 역할까지 담당해야 한다.
단순히 먹고 마시는 축제는 부족국가에서나 있던 축제이다.
오늘날 축제는 투입된 예산이 지역경제의 밑거름이 돼 또 다른 싹을 틔워야 하는 막중한 임무까지 맡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가을빛 고운 대축제'는 낙제점을 겨우 면한 수준의 축제일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외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흡인요인이 없다.
의성군을 외부에 널리 홍보해 차후에라도 지역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축제는 더더욱 아니다.
인근 지역의 세계탈춤축제(안동), 송이축제(봉화), 선비문화축제(영주), 사과축제(청송), 곶감축제(상주), 오미자축제(문경)처럼 특별히 내세울 호소력 짙은 주제가 부족하다.
외부인에게 의성군 축제는 그저 그렇고 그런 한 농촌지역의 민밋한 마을단위 축제에 다름없다.
 
혹자는 "의성군은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그러나 조금만 둘러보면 이말은 사실이 아님을 곧 알 수 있다.
7천만년전 백악기 때 한반도 최초의 화산인 금성산(金城山)이 의성에 자리잡고 있다.
정상 북쪽에는 조문국(召文國) 시절에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금성산성(金城山城)이 있다.
조선시대 명승 유정(惟政)이 왜군을 맞아 싸우던 뜻 깊은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산 속에 흩어져 있는 삼국시대 고분 200여 기는 경상북도 기념물이다.
인근에는 조문국의 마지막 왕인 경덕왕 사적지와 1935년에 세운 문익점 면작기념비가 남아 있다.
불의 고장답게 우리나라의 유일한 성냥공장인 '성광성냥'이 지금까지 의성에 남아 있음은 결코 우연이 아닌 듯 싶다.
 
군립공원이자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한 빙계계곡(氷溪溪谷)도 의성이 내세울 수 있는 또 하나의 자랑거리다.
 
이렇듯 '불(火)'이라는 하나의 테마로 엮어 관광상품으로 만들고, 이를 다시 축제화 할 수 있는 자랑거리가 도처에 널려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탓만 하지 말고 도처에 널린 구슬들을 어떻게 한데 모아 보배로 만들지 진정으로 고민할 때다.
축제라는 미명하에 일부 특정 세력의 배만 불리는 축제는 과감히 도태시켜야 한다.
그러나 진정 군민과 지역을 위한 축제라면 몇 개 더 만들어도 탓할 이 없다.
기존 축제기간에 함께 개최해 비용을 줄이면서도 더욱 다채로운 내용으로 관광객을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역내 보배들을 어떻게 축제와 결부시켜 지역민을 하나로 결속시키면서도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지 다시 한번 깊이 고뇌해야 할 때다.
의성군민신문 기자  muk45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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