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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에서 온 편지 - 4 (결혼)
의성군민신문 기자 / muk4569@naver.com입력 : 2015년 06월 26일(금) 14:28
↑↑ 전통 결혼식의 신랑신부
ⓒ 의성군민신문
친구야!
이 곳 우간다는 서울에서 중동(中東)의 두바이나 카타르를 경유해서 동부 아프리카의 관문인 케냐 나이로비를 거쳐서 오는데 비행기로 20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 곳이란다. 하지만 여기도 TV와 인터넷으로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뉴스를 거의 실시간으로 듣고 있어. 외국에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되고 고국 소식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되는데, 좋은 소식이 들릴 때면 왠지 뿌듯하고 자랑스럽지만 나쁜 뉴스를 접하면 내 일 인양 마음이 무겁고 편치를 않아. 때 이른 무더위와 가뭄, 거기다가 메르스 바이러스까지 창궐하고 있다는 고국 소식을 접하니 걱정이 많이 된다. 다들 무탈하신지? ‘시간의 날개를 타고 슬픔은 날아간다.’는 말처럼 하루빨리 모든 것이 안정되고 좋은 소식이 많이 들려오면 좋겠다.
어수선한 고국 소식 속에서 자네 딸 결혼 소식은 반갑기 그지없구나. 멀리서나마 진심으로 축하하네. 우리가 벌써 자식들을 짝 지워 결혼 시키고 있으니 세월의 흐름은 참으로 유수(流水)와도 같구나. 아프리카에는 ‘결혼에는 고통이 있지만 독신에는 행복이 없다‘는 속담이 있단다. 결혼의 성공은 좋은 상대를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좋은 상대가 됨으로서 만들어 진다는 말을 우리 자식들에게 전해 주고 싶다. 꼭 행복한 가정을 이뤄 잘 살기를 기도하마. 경사스러운 자네 혼사에는 참석을 못해 무척이나 아쉽다만, 지난 주말엔 이곳에서 친구로 지내는 유력인사의 결혼식을 다녀왔다네.
↑↑ 결혼식비용이4억원이상드는부유층결혼
ⓒ 의성군민신문
오후 두시 예식에 맞춰 갔었는데 결혼식이 한창 진행되고 있어서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잠시 어리둥절했었지만 아직 앞 팀의 예식이 끝나지 않은 것을 금방 알았지. 이곳 사람들은 약속 시간보다 한 두 시간 정도 늦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풍조야. 아무런 불평이 없어. ‘시계는 없지만 시간은 많다’는 우간다 사람들을 실감하는 하루였다네. 결국 오후 네 시가 넘어서 시작된 결혼식은 저녁노을이 깔리기 시작하는 일곱 시가 다 되서야 끝났고, 축하 연회는 밤 아홉시에 시작해서 다음 날 새벽까지 지겹도록 많은 사람들의 축하 인사말과 노래와 춤으로 진행되었는데 중간에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몇 명 없더군. 참으로 시간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도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결혼은 어느 나라 사람에게나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이지만 우간다 사람들 역시 결혼은 일생일대의 가장 큰 행사로 진지하고 성대하고 화려하기 그지없어. 우리나라도 지나친 결혼 행사와 비용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이들의 상류층 결혼은 서양 사람들보다도 더 서구적인 방식으로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한다네. 결혼식이 곧 자기의 성공을 과시하는 기회이기도 하지. 화보 촬영, 비디오 촬영, 예식장(교회) 대여, 축하 공연, 주례비용, 예복, 리셉션, 들러리, 하객선물 등등. 결혼비용이 우리 돈으로 최소한 천만 원이 더 든다고 하니 우리나라 국민 소득의 1/50에 불과한 이 나라에서 보통 부자가 아니면 이런 결혼식을 할 수가 없겠지. 이들의 결혼식은 전통식이든 현대식이든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결혼식을 하지 않고 부부로 사는 사람이 훨씬 많은 형편이야. 부부로 자식을 낳아 살다가 돈을 벌면 그때 성대한 결혼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내가 참석한 결혼식의 신랑도 43세에 15살 되는 큰 아들부터 5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가장이야. 
↑↑ 전통 혼례하는 신랑신부(부간다 족)
ⓒ 의성군민신문
우간다에는 우리와 같은 호적이나 주민등록 제도가 없으니 혼인신고라는 것도 특별히 없어. 법원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데. 하지만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이들만의 전통적인 절차와 방식이 있어. 신랑 측에서 대리인을 통해 신부 측 부모로부터 허락을 받고 양가의 승낙이 얻어야 하지. 결혼 승낙의 절대적인 조건은 신부비용(新婦費用, bride price)이야. 신랑 측 대리인이 신부 부모와 협상하여 신부비용을 결정하는데 전통적으로는 소나 양 같은 가축을 요구하는 수만큼 줘야 결혼이 성사된데. 처지와 능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소를 5마리에서 20마리 정도는 줘야 하는데, 요즘은 시대가 변해서 가축 대신 소파나 장롱 혹은 TV 같은 생활용품을 요구하기도 한데. 신부비용을 다 지불하지 못한 경우에는 같이 살아도 부부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여자는 언제든지 떠날 수가 있고, 반대로 비용을 다 지불한 경우에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신부비용을 되갚지 않는 한 떠날 수가 없는 것이 불문율이래.
우간다의 도시지역 사람들은 대체로 1부1처제를 따르고 있지만 아직도 농촌지역에는 남자의 능력에 따라 4-5명의 부인을 거느리는 사람이 많아. 우리 입장에서 의아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많은 부인들과 이복형제들이 한 가족 형제자매로 사이좋게 살아간다는 것이야.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나누면서 사는 것을 보면 이곳 사람들은 참으로 선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나와 같이 KOPIA 우간다 센터에 근무하는 한 직원의 할아버지는 부인이 12명이었고 삼촌과 고모는 70-80명 정도 돼서 누가 누군지를 잘 모른다고 하고, 운전기사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넷째 부인인데 형제자매가 30명이 넘는다고 자랑을 하기도 해. 몇 년 전 이곳 신문(New Vision, 2012. 4. 25.)에 103세의 우간다 남성이 20명의 부인으로부터 158명의 자녀와 500명이 넘는 손자녀를 두고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된 걸 보면 우리 직원들 얘기가 과장이 아닌 것 같아. 
↑↑ 결혼 축하 전통춤(부간다 족)
ⓒ 의성군민신문
여러 명의 부인으로부터 많은 자녀를 낳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들에게 출생신고가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야. 수도인 캄팔라의 몇몇 큰 병원에서 태어나면 출생기록증 써 주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를 엄마가 기억하지 않으면 정확히 알 수가 없다네. 한번은 우리 직원에게 네 생일이 언제냐고 물었더니 모른다는 거야. 엄마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했다니 어떻게 알겠어? 다른 한 직원의 이름은 크리스마스인데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태어난 해는 정확하지 않고 크리스마스에 태어나서 이름이 그렇대. 선데이(일요일) 혹은 먼데이(월요일) 같은 이름을 가진 친구들도 꽤 많아.
처음으로 생년월일이 필요한 때는 중학교 입학할 때래. 병원 출생증이 있거나 영아 예방접종을 받은 기록이 있으면 그걸로 출생일을 써 넣을 수 있지만 그것마저 없거나 잃어버리면 지역 행정기관장(읍·면장)이 발행하는 인증서를 받아 그대로 적는데.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정확한 출생 일자를 모른다는 거야.
↑↑ 축하연에서 신랑신부의 댄스
ⓒ 의성군민신문
내년에는 이 나라에도 대통령 선거가 있어서 선거위원회에서 선거인명부를 작성하고 있는 중이래. 독일에서는 선거권을 가진 만 18 이상의 선거인 명단을 전산화하는 프로그램을 원조사업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본인이 출생일시를 증빙해서 직접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는 형편인 것 같아.
아무튼 우리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운 일들이 많은 아프리카지만 어떻게 보면 이들은 큰 걱정도 고민도 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것도 같아. 먹고 입을 것만 풍족하다면 말이야. 다시 한 번 자네 딸 혼인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새로운 가정을 이루는 모든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축복과 행운이 늘 함께 하길 멀리서 기원하네.
의성군민신문 기자  muk45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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