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은 18개 읍.면이 뭉쳐진 보기 드문 큰 군(郡)이자 유효 경제면적이 매우 큰 고장이다. 농업으로 알려진 곳이기는 하나 그 외에도 산업단지나 관광, 물류, 약재, 전통문화 등 개발 여부에 따라 크게 발전할 잠재적 가능성이 큰 고장이기도 하다.
세계적 불황이 지속되고 각 국이 경제난을 타결하기 위해 FTA나 경제연합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가운데, 성장을 거듭하던 우리나라도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의성과 세계경제가 무슨 큰 관련이 있을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대한민국의 경제가 서울 수도권으로 80% 정도가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국가가 경제난이나 위기 상황일 때 서울 수도권 중심으로 중요정책을 시행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IMF 상황에서 그랬듯이 지방에는 2차, 3차로 지연된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경쟁력이 없는 지방이나 농촌사회에서는 그런 커다란 경제위기가 지나가고 나면 더 큰 후폭풍으로 경제 황폐화가 진행되게 되는 것이다.
그 피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먼저 인적 자원의 이탈과 지역경제 기반의 붕괴를 들 수 있다. 젊고 유능한 사람들은 직업과 교육, 문화가 편리한 곳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것은 국가나 지방정부 경제정책의 주요한 대상이 되게 된다. 그러나 젊은 인적 자원이 이미 빠져버린 농촌 사회에서는 경제정책을 세울 대상이 마땅히 없어 지역 구성원의 대부분인 고령자를 중심으로 정책방향을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군 예산의 많은 부분을 복지예산이 차지하고 그나마 그런 정책의 피드 백 역할은 아예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수입보다 지출이 항상 커서 밑빠진 독 물붓기 같은 정책 밖에 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이런 상태에서 지역 경제의 자립이나 확대 재생산을 기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국가가 경제난 타개 정책으로 내세운 FTA나 경제 수축으로 인해 남아있는 지역경제 기반마저 붕괴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지방 자치란 궁극적으로 지방의 경제적 자립을 그 토대로 하고 있는 것인데 이것은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상당수의 지방자치 정부가 사실상 중앙 정부의 도움 없이는 파산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 행정부나 국회에서도 단호한 정책들을 내놓기 시작한 것도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에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선거구 통폐합이 진행되고 있다. 물론 지방 자치 정부의 파산과는 무관한 일이겠지만 어째 몇몇 지방 자치정부는 큰 수술을 앞둔 환자가 시술 전에 마취 주사를 맞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중 FTA가 발효를 하게 되었다. 의성에 결코 좋은 뉴스가 아니다.
농민들이 싸워서 바뀔만한 정책도 아니다. 빛깔좋은 보상정책을 기대하다가는 서서히 말라가게 된다. 군에서 열심히 정책을 내놓는다 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 의성도 그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다. 쌀 수입 완전개방도 목전이고 중국산 농산물이 더 거세게 저가로 밀고 들어올 날도 머지않았다. 무언가 대비책이 없다면 그런 위기가 왔을 때 허탈하게 당할 수도 있다. 지금 잘 팔린다고, 지금 수출도 한다고 언제까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의성만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농업군(郡)들 대부분이 그런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러므로 우리 의성도 이제 쯤 해서는 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때가 왔다. 지역 산업의 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부터 미래의 의성 경제를 책임질 만한 산업은 무엇인가 하는 깊이 있는 모색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당장 어떤 정책이 나올 수는 당연히 없을 것이다. 단기적 시각이나 타당성 조사 정도로는 나올 수 없는 일이기에 적어도 그보다 더 크고 먼 미래를 향한 일이므로 지금의 가치에 연연하지 않고 기존의 잣대를 버려야 할 것이다. 안이한 대처로는 현재는 물론 더 어려운 미래만 있을 뿐이고, 여기저기 구멍이 나기 시작하면 이미 대처할 시간도 부족하기 마련이다.
한중 FTA의 위기가 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면 대처방안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는 반면 전환을 시도하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애플의 부활이 그렇고 명량해전 이순신의 단 12척 배의 승전이 그러하다. 기적같은 일이지만 그 내부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그 과정에는 이미 세상을 바꾸고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철저한 준비가 있었다.
의성은 천년의 역사를 지닌 고장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저력을 가진 고장이다. 국난에서 오히려 의(義)로운 성(城)이란 이름을 얻었다. 홍술장군과 의성백성들이 함께 분전한 공으로 의성부(義城府)로 승격하지 않았던가. 의성의 넓은 경제면적과 살기 좋은 자연환경, 저렴한 지가와 적극적인 개발정책 등을 고려해 본다면 오히려 발전의 여지가 많은 곳임에 틀림없다. 막연한 의지론이나 낙관론이 아니다. 지금 주위를 살펴보면 큰 투자를 할만한 곳이 수두룩하게 널려 있다. 네바다의 라스베가스를 꿈꿀 수 있는 개발 적지가 웬만한 대도시 만큼이나 있다. 다만 아직 그림을 그리지 않은 흰 도화지의 형태로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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