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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라이벌 한국과 일본
의성군과 기타미시
의성군민신문 기자 / muk4569@naver.com입력 : 2018년 03월 15일(목) 06:26
↑↑ ▲왼쪽부터 김초희.김영미.김선영.김경애.김은정 선수
ⓒ 의성군민신문
평창올림픽이 끝났지만 컬링의 인기는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 특히 한국 여자 컬링은 숙적 일본을 준결승에서 꺽고 은메달을 차지했고, 일본은 3,4위 결정전에서 컬링종주국인 영국을 이겨 동메달을 차지했다. 
우리는 아시아 최초로 획득한 컬링 은메달이며, 2010 벤쿠버에서 중국의 동메달, 2018 평창에서 얻은 일본의 동메달과 함께 북유럽과 북미 전유물인 500년 컬링 역사의 새로운 강자출현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그런 외형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보다 더 아름다운 영화나 만화같은 뒷얘기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의성과 기타미        

흔히 여자컬링이라 하면‘국민영미’나‘안경선배’라는 인기몰이 유행어가 먼저 떠오르지만 그것을 결과적 현상으로 본다면 궁극적으로 한국컬링의 발원지인 의성컬링훈련원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다. 이는 팀웍을 바탕으로 하는 종목특성상 장기간 함께 운동하지 않으면 좋은 팀웍이 어려운데다, 어려서부터 생활 가까이 접해야 하는 환경요소가 필요불가결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컬링강대국의 특성은 컬링선수 대부분이 20년은 보통이고 30년이 넘는 경력선수가 즐비하게 있으며, 대부분 컬링장이 집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 한다. 그러므로 컬링은 컬링장이 매우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먼저 선구자의 고통을 이해하자 

↑↑ ▲평창 올림픽에 참가한 컬링 남.여 국가대표 선수가 경북도청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의성군민신문
의성이 한국 컬링의 발원지이면서도 제대로된 인프라를 가질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조그마한 군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컬링이 의성여고에서 출발했다지만 최근 선수나 지도자의 명맥이 끊어지기 직전인 의성여고의 현실은 의성이‘한국컬링의 메카’로 발돋움하는 데 적잖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우리보다 앞서 컬링의 역사를 세운 일본은 19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다시 채택된 컬링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그 결과 현재 컬링인구 약 2,500명(한국 약 800명)에 실업팀도 몇 개가 생겨나 있다. 그러나 일본의 컬링도 아직 저변이 약한 것은 우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묘하게도 우리 의성처럼 일본여자 컬링대표인‘LS 기타미’팀도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北海道) 기타미(北見)라는 인구 11만의 조그만 시에서 출발했다. 기타미시는 자타공인 일본 컬링의 성지이다. 택시의 번호판 모양이 컬링스톤의 형상을 할 만큼 컬링에 적극적이다. 단지 기타미시는 오오츠크 해에 위치해 있어 극해에서나 볼 수 있는 유빙(流氷)으로 유명한 한지이다. 그러므로 자연환경이나 컬링의 지역보급에 있어 우리 의성보다 다소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에는 일본컬링의 아버지로 불리는 기타미시의 오구리 유지(小栗裕治)씨가 있었다. 그는 1980년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컬링강습회에 초대된 캐나다 팀에 의해 컬링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는 지역민들이 마땅히 즐길거리가 없음에 컬링을 보급하고자 지역협회를 만들고 회장에 취임했다. 논에다 눈을 퍼붓고 물로 녹여 두면 밤에는 멋진 컬링장이 생겨나는 것에 착안, 지역민이 이같은 컬링을 즐기도록 했다. 그 결과 1988년 기타미시에 처음으로 실내 컬링장이 생겼고, 2017년에는 국제규격 6라인의 컬링장을 세울 수 있게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그리고 이번 평창올림픽 일본 여자컬링 국가대표인‘LS 기타미’팀이 여기에서 나왔다. 그러나 그는 일본 여자컬링 팀의 평창올림픽 동메달 소식을 접하지 못한 채 88세를 일기로 작년 6월 작고했다. 

의성인이 컬링을 사랑해야 한다

↑↑ ▲평창올림픽 남.여 국가대표 선수들이 땀을 흘리며 연습한 의성컬링장 내부의 경기장 모습
ⓒ 의성군민신문
우리나라 국가대표 주장이자 스킵인 김은정 양은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했다고 한다. 컬링이 4명을 한 팀으로 하는 팀 경기이고 보니 같은 반 친구나 가족이 한 팀이 되고, 또 그 팀이 모두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지리적 환경이다 보니 더욱 팀웍을 단단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컬링장이 없다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일본 기타미시는 남녀노소가 함께 컬링을 즐기는 문화가 생겨나 있다고 한다. 
일본여자 국가대표 스킵인 후지사와 사츠키 양은 어릴 적 아버지 손에 이끌려 컬링장에 첫발을 디뎠다고 한다. 생활체육과 동호인체육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이런 현상은 컬링장이 없는 타 시.군 지역에는 아예 생각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컬링은 체력보다 집중력과 상황 대처능력을 필요로 하는 멘탈게임이기 때문에 가족단위나 회사동료 등 여가활동을 하기에 매우 적합한 운동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의성군민의 입장에서 보면 힘든 농사일을 끝내고 또 컬링을 즐길 수 있는 인구는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컬링에 대한 상식이나 용어, 관련된 장비와 경기 방식은 충분히 알아두는 관심정도는 가져야 한다. 컬링을 사랑하지만 할 수 없는 것과 처음부터 도외시하는 것은 나중에 큰 차이를 만든다.
마치 컬링의 출발점 1센티미터의 실수가 목적지 하우스에 도달하면 40센티미터의 오차가 나버리는 것처럼. 경상북도는 동계스포츠 밸리로 경북에 3개 군을 지정하면서 의성에는 컬링을 지원 종목으로 선정했다. 이런 추세로 보아 앞으로 의성 출신이라 하면 마늘과 함께 컬링을 연상해 내는 경우가 종종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컬링을 체험하기 위해 외지에서 의성을 찾는 경우도 많이 생기리라고 본다. 고맙게도 컬링이 의성의 일부가 되어준다면 우리도 컬링을 기꺼이 맞이해 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지금 각광받는 의성여자컬링 뿐 아니라 의성남자컬링에 대해서도 높은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명실공히 의성이‘한국 컬링의 메카’로 자리잡을 수 있으며, 선의의 라이벌로 떠오른 일본의 기타미시와 당당히 대적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영화같은 이야기
한국(팀킴Team Kim)과 일본(LS기  타미 팀)
ⓒ 의성군민신문
우리 여자컬링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뤄낸 올림픽 은메달 쾌거는 세계 외신들도 극찬해 마지않았다. 그것도 4강에서 숙적 일본을 물리친 것은 온 국민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경북체육회 소속인 팀킴이 여러 에피소드를 남기며 연승행진을 하자 갑자기 우리 의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팀킴 대부분의 선수가 의성여고 출신임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준결승 일본전을 앞두고 주요 외신들은 의성여고에 모인 한국응원팀을 취재하기 위해‘갈릭 걸스’라는 별칭을 사용하며 유쾌한 취재경쟁을 벌였다. 결과는 극적이었다. 연장 11엔드에 스킵인 김은정양의‘드로우’로 8대 7, 숙적이자 라이벌인 일본을 꺽고 결승에 진출하게 됐다. 이 경기에서 시청률 46%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기며 팀킴은 평창 올림픽의 주된 관심사로 떠올랐다. 
ⓒ 의성군민신문
멘탈이 흔들릴까 자진해서 휴대폰을 반납하고 경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인 팀킴은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간의 여러 고초와 어려움을 이겨내고 한일전 승리를 가져다 준 이들에게 국민은 엄청난 환호와 기쁨을 함께했다. 
네티즌들은 컬링의 스위핑을 빗대 청소기 광고를 해야 한다며 즐거워하기도 했고, 심지어 일부 국민들은 시골의 한 반에서 시작한 그들의 탄생비화를 듣고 영화화해야 한다고 극찬해 마지않았다. 어떤 네티즌은 진지하게 영화 시나리오까지 직접 만들어 가며 댓글을 올렸다. 이들을 주제로한 어떤 패러디는 유투브 조회수가 무려 200만을 넘길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결승에서의 패배는 우리국민에게 아쉬움보다 격려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고, 그들이 목에 건  은메달은 금메달만큼 값지고 빛나는 것이었다. 더불어 고향 의성에서도 잔칫집 분위기였다. 여느 시골의 모습처럼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의성군은 모처럼 팀킴의 덕분으로 웃음이 넘치는 활기찬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일본의 대표팀인 LS기타미 팀도 모국에서 의외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비록 라이벌 한국에 패배하고 동메달에 그쳤지만, 그들이 받은 귀국대환영은 다름아닌 그들의 고향사랑에 대한 것이었다. 그들도 대표선수 모두 홋카이도에 위치한 기타미 시 출신의 선수들이었으며 우리 팀킴의 영미,경애 자매선수가 있는 것처럼 요시다 자매선수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기타미시 출신이었지만 기타미시가 의성처럼 조그만 도시여서 졸업 후 컬링선수로서 일본의 각기 다른 팀에 소속되어 활약하게 되었다. 2010년 모토하시 마리라는 선수가 고향 기타미시 출신들이 뛰어난 컬링실력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팀이 없어 타 지역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혼자 기타미시에 와서‘LS 기타미’란 팀을 만들고 기타미 시 출신 선수들을 모집하게 됐다. 
팀 이름에서 LS란‘로코 솔라레’라고 읽는데 로코란 기타미시의 도롯코지역을 뜻한다고 하며 바로 그 곳에 컬링장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로코 솔라레 기타미’팀이 정식 명칭이며, 이는 철저히 출신지역을 상징하고 있다. 
↑↑ ▲평창 올림픽에 참가한 일본 여자컬링 대표선수
ⓒ 의성군민신문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함께 하게 된 고향 출신의 선수들은 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한동안 애를 먹었다. 이에 모토하시 마리 선수는 팀원의 직업과 후원을 찾아 지역의 각 기업을 돌며 지원을 요청한 끝에 기어코 기타미 지역팀을 만들었고, 그들의 따뜻한 고향사랑을 바탕으로 이번 평창 올림픽 출전 티켓을 거머쥐게 된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이번 올림픽에서 한일전 패배라는 성적과 메달의 색깔을 떠나 일본국민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올림픽이 끝나고 한참을 지난 이 시점에도 일본각지에서 수많은 인터뷰 요청과 함께 그들에게 수 십억원의 광고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 마을 사실 아무 것도 보잘 것 없는 곳이지요. 이런 곳에서는 절대 꿈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가 여기에 없었다면 이 꿈을 이룰 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여기 어린이들도 여러 가지 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장소에 관계없이 소중한 가족과 동료가 있고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여기서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기타미라는 작은 고향마을에 돌아온 요시다 치나미 선수의 인사말이었다.
이들 두 팀은 그 도전과정이나 성취가 한편의 영화나 이야기로 느껴질 만큼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또한 두 지역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나, 지역민의 뜨거운 고향사랑이 있다는 점, 그리고 지역의 아이들이 마땅히 놀 것이 없어 컬링을 시작했다는 점이 상당히 닮아 있다. 다만 우리 의성군민이 좀 더 컬링에 관심을 갖고 지역의 새로운 문화와 변화에 적응해 간다면‘활기찬 희망의성’이란 것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의성군은‘한국 컬링의 메카’ 기타미시는‘일본 컬링의 성지’로 서로 아름다운 라이벌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의성군민신문 기자  muk45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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