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않은 조합장 후보의 극단적 선택으로 조합장 선출의 부당성이 다시한번 도마에 올랐다. 그는 두 번의 낙마에 굴하지 않고 세 번째 도전하던 차 이같은 일을 행하고 말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사실 현직 조합장은 ‘3선 제한’ 등 불출마 빼면 재선율은 ‘63.8%’ 에 달한다. 이는 2014년 제정된 위탁선거법이 기존 농협법이나 공직선거법보다 비상식적으로 선거운동을 제한함으로써 오히려 공명선거와 정책선거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후보자 초청 대담, 토론회 모두 금지돼 있고 후보자와 유권자가 만날 수 있는 장도 없다.
무엇보다 위탁선거법은 진입장벽이 높아 현직 조합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예비선거 제도가 없는 상태에서 현직 조합장은 선거운동 기간 시작 전까지 조합장 지위를 활용, 조합원 접촉이 가능하다. 보통 조합들은 매년 1~2월에 조합의 경영성과를 조합원들에게 설명하는 운영공개 마을별 좌담회를 개최하는데, 이것이 3월 조합장 선거 직전이라 조합장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다. 또 선거운동 방식으로 전화, 문자가 허용됐지만 조합장은 쉽게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반면 다른 출마자들은 그것이 어렵다. 직원 출신들의 경우 90일 이전에만 사퇴하면 출마가 가능하므로, 재직 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관련 정보와 인맥을 챙기기가 농민 조합원들보다 훨씬 유리하다.
그런데도 위탁선거법은 이런 특성을 반영하지 않아 오히려 조합 사정을 잘 아는 마을 사람들을 앞세워 음성적인 선거운동과 금품제공을 조장하는 일이 벌어진다. 솔직하게 말하면 금품제공도 현직 조합장은 그럭저럭 가능하지만 신인들과 기타 후보는 적발될 공산이 크다. 소위 ‘깜깜이 선거’이기 때문이다.
결과는 항상 혼탁한 선거가 되든가 도박적 선거가 된다. 이미 쉬쉬하며 금전거래가 일반화된 폐습선거가 된 조합장 선거양상이다. 이 현상은 시골로 갈수록 거의 매표거래에 가까워 돈 없으면 조합장은 아예 포기해야 한다. 이곳에서 매니페스토니 공명선거를 운운하는 것은 허황지설(虛荒之說)에 불과하다.
| | | ⓒ 의성군민신문 | |
|
|
오는 3월 8일은 3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있는 날이다. 이미 기울어진 축구장에서 경기를 하는 꼴이다. 그의 죽음도 이 경기를 막을 수 없다. 다만 조합원들은 양심과 상식에 비추어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해야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