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봉산을 오르며
의성 사람들에게 구봉산은 단순한 의성의 대표적인 산을 넘어서 인연과 향수의 상징이 되는 산이다. 정작 올라가보면 그다지 명성을 가질 이유도 없거니와 높이도 높지 않아 평상복 차림으로도 쉬 오를 수 있는 야산정도이다.
하지만 의성향후회 모임에 있어 금성산, 비봉산과 더불어 대표적인 산행코스요 바로 쉬 오를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다 시간도 적당히 소요되는 코스라 구봉산은 봄 가을로 향우들의 반가움과 웃음이 구봉 곳곳 흐르는 정다운 산이기도 하다. 서울을 비롯한 의성 향우회는 그 세(勢)가 웬만한 시군 단위의 인원에다 구봉산을 직접 찾는 향우도 매년 수 천은 족히 된다 할 수 있으니 구봉산을 지척에 둔 의성 사람으로서 한편 든든한 자부심이 생기는 것이다.
구봉산을 오르며 문득 10년 뒤의 향우회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 때도 지금처럼 구봉산에 반가운 향우회원들의 모습이 줄줄이 산행을 하고 있을까.
초 중 고의 추억과 에피소드가 자신들의 인생에 깊게 베여있는 제 1세대 향우들이 얼마나 와 주실 건가. 제임스 조이스의 유년 시절이 여기에 있고 타지에서 이원수의 고향의 봄을 노래하던 그들이 10년이 지난 후에도 구봉산에서 친구들과 즐거이 한 때를 보낼 수 있을 것인가.
제 1세대 의성 향우들이 점점 적어진다면 지금의 이 구봉산은 그 쓸쓸함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2. 구봉산을 내려오며
향우회가 의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성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의성 향우회는 향민 지역의 활력소 정도에 그치는 역할이 아니다. 때때로 지역 경제에도 뚜렷한 족적을 남기며 중앙에서 간접적으로 의성에 유리한 로비를 하기도 한다. 가히 또 한명의 국회의원 급이라 해도 과하지 않을 듯싶은 것이다.
그들은 의성이 고향이니 만큼 마치 딸자식이 친정걱정 하듯이 의성을 생각해 준다. 가만히 되짚어 보면 참으로 고마운 존재이다.
그러나 우리 의성사람들은 그들에게 그렇게 뚜렷이 해 준 게 없다. 별로 해 줄 것도 없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늘상 앉아 받기만 하는 것도 체면이 아닌 듯하다.
지금도 그들은 집에 의성 마늘과 사과를 부엌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고 있을 것이고 가능하면 주변에 알려서 그것을 사도록 권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강한 유대감을 가진 그들에게 의성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과연 없을까.
구봉산을 내려오며 여기 이 길에 향우회를 기념하는 꽃길이라도 만들어 주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들이 찾는 구봉산에 또 하나의 새로운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고 의성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다소 낭만적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의성 향우회는 이미 의성에 깊숙이 와 있다. 10년이 흐른 뒤에도 지금과 같이 의성 향우회가 그 힘찬 기운을 의성에 전해 줄 수 있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배려나 문화적인 교류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다른 지역의 향우회도 제 1세대의 후퇴로 애향의식이 희석되는 것을 고민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3.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앞으로는 의성에서부터 향우회를 적극적인 자세로 포용하는 것이 의성발전과 지역사랑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의성 향우회가 제 1세대를 지나 제2, 제3 세대로 까지 연결되는 독특한 향우 문화를 가진다면 의성은 제2, 제3의 의성인들을 계속 만들게 되는 것이다.
아파트가 고향인 신세대들에게는 고향의식이란 점이 부족하다. 찾아갈 고향이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는 어떤 것을 택하겠는가. 비록 여기서 태어나고 자라지 않았더라도 의성과 부모세대에서 인연을 맺었다면 그 지역에 찾아갈 고향의식이 생겨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의성과 한번 인연이 닿으면 영원한 고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도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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