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결과 가히 혁명이라 일컬어질 정도의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여소야대(與小野大)는 물론이려니와 보수핵심인 대구에서 야당 후보가 30여년 만에 당선되었고 제3당의 탄생과 야당의 근거지인 이른바 호남민심이 크게 바뀐 것이다. 지역구도가 없어진 것은 아니나 지역구도로만 설명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이런 결과는 이제 1,2,3 당 모두 안심하고 권력을 휘두를 수 없는 새로운 정치판의 역학 구도로서 국민의 주권행사가 이뤄낸 오묘한 선거결과였다. 매우 진보적이고 영리한 투표로서 정치 좀 안다는 소위 정치전문가들도 장님 코끼리 만지듯 이러쿵저러쿵 조각말이나 해대면서 쉽사리 결과분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을 지지한 사람들 중에는 무슨 자신이 당선된 마냥 흥분된 말을 트위터로 옮기고 여당을 지지한 몇몇 사람들은 무슨 죄를 지은 마냥 누구 때문이라면서 책임론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선거결과는 선거결과일 뿐이고 이러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에 제20대 국회가 어떤 모습으로 국민의 열망에 화답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국민이 아무리 그들에게 이런 나라를 만들어 주십사고 투표를 해댄다 해도 그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그냥 그것으로 어쩔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선거라는 것은 어쩌면 별 의미가 없는 행사일 수도 있다. 선거가 국민주권의 핵심이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는 하지만 이제껏 국회가 국민에게 제대로 그 꽃을 키워낸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선거 결과를 놓고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이 지금 자당평가를 하는데 있어서, 여당 오만론이니 경제심판론이니 분석들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국민의 마음이었다고 생각되어지지는 않는다. 설령 야당인 더민주당이 집권했다고 가정해도 경제를 살리는데 묘안이 있었을 지도 의문이고, 또 더민주당이 거대당이 되었다면 오만하지 않았으리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지 않은가. 처음부터 국민의 마음은 여야가 조화롭게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가주길 바래왔던 것이다. 이제껏 보여준 국회는 국민이 경제적 상황이 무척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자기들의 밥그릇 싸움이나 하고 있는 모습이었고 그에 대해 국민들은 적잖은 실망을 해왔던 것이다. 그런 국민의 마음이 4.13 총선에서 경고와 희망의 표심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런가 생각되어지는 것이다.
이번 선거가 달라진 것은 지역적으로 절대적 우위나 정치적 성역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대립구도가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으며 대구에서 새누리당의 친박이니 진박이니 하며 정치적 메카를 설정하려는 구태 위정자들에게 일침을 가한 것이다. 특히 대구 동구을 지역의 공천갈등에서 보여준 극한대립은 해당 지역구민들에게 커다란 수치심을 불러오고 말았다. 즉 자기네들의 당내 기득권 싸움에 해당당원도 아닌 그 지역 유권자들을 놓고 대결을 한 양상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이것으로 인하여 소위‘옥쇄파동’이라는 말이 나오고 새누리당은 제2당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논평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번 선거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언론의 지나친 대선인물 몰이이다. 아직 20대 국회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차기 대권 주자의 반열에 이런 저런 인물을 올려놓고 저울질하는 퇴행적 관행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어린 아이에게‘커서 뭐 될래’ 하고 어른의 관점에서 흥미로운 질문을 툭 던져보듯이 그냥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이런 추측성 기사를 막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정치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이다.
무슨 연예인들의 인기순위를 정하듯 흥미 위주로 대권을 논하다 보면 국가의 중대사도 가벼이 여기는 풍토가 조성될 소지가 다분히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언론이 시기상조적인 대권주자 운운하는 것은 현행 5년 단임제의 레임 덕을 가중시킬 뿐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이며 국가 경쟁력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제20대 국회는 제3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국민의 편에서 국민을 위한 법 제정에 최선을 다하는 국회가 된다면 국민은 진심으로 박수와 격려를 보내게 될 것이다. 국민 편가르기를 해서 지역적 감정의 골만 깊게 하고 반사이익을 챙기는 구태정치를 하던 사람들은 제20대 국회에서는 쉽게 자리잡을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민생과 상생 우선주의의 정당 풍토를 이끌어 내 국민화합을 실행하는 국회가 된다면 국민이 보여준 4.13 선거 혁명이 완성되는 것이고 이는 이 땅에서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새역사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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